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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양식 호황, 그 건너편의 얼굴

by 관리자 posted Jul 0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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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양식 호황, 그 건너편의 얼굴

 

고흥군 지죽도-죽도 어촌신활력증진사업 앵커조직

활동가 손용훈

 

 

전라남도 고흥군 지죽도-죽도 지역은 김 양식을 주로 하는 곳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김밥김'의 원물 생산지로 유명하다.

최근 김 양식 호황에 따라 어민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졌고 지역 경제도 활기를 띠고 있다. 김 양식장을 물려받기 위해 자녀 세대들도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와 귀어를 했다.

오랜 시간 동안 김 양식은 그리 돈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부모님 세대는 자식들을 서울이나 광주 같은 대도시로 "유학"을 보냈고, 그곳에서 평범한? 직장을 구하기를 원하셨다. 요즘과 같이 김 양식이 잘 될지 누가 알았으랴?

 

처음 지죽-죽도 마을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순천이나 광주에 아파트가 몇 채씩 있다는 무성한 소문들. '이렇게 부유한 마을에 과연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먼저 들기도 했다.

 

DSC06357.JPG

(왼쪽 배 안에 검은색이 바로 김이다. 위판장에서 한컷)

 

김 양식을 하기 위해서는 다량의 어구가 필요하다. 지죽도-죽도 지역에서 매년 발생하는 폐어구 양만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약 1,000톤에 이른다. 고흥군 전체에서 발생하는 폐어구가 연간 6,000톤이라고 하는데, 6분의 1이 우리 지죽-죽도에서 나오는 셈이다. 그 많은 폐어구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앵커조직 자체 조사에 따르면, 400톤의 폐어구는 고흥군과 어촌계가 협력하여 수거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600톤의 폐어구는 육상과 해상, 그리고 해저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유실되는 어구, 바다에 그냥 버려지는 어구, 해저에 가라앉은 어구 등 이른바 유령어구들이 바다 곳곳을 떠돌아다닌다. 오죽하면 일본까지 한국의 김 양식 어구들이 떠내려온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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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해양쓰레기 및 폐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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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말 사진: 일회용이라는 것이 너무 아깝다. (개당 1만원) 

 

김 양식을 하려면 '호롱말'이라는 어구를 뻘에 박아 부표를 고정해야 한다. 이 호롱말은 일회용 젓가락처럼 한 번 쓰이고 바다에 박힌 채 영영 빠져나오지 못한다. 우리 지역에서 매년 버려지는 호롱말만 앵커조직 자체 추산으로 66,000개에 달한다.

 

김 양식을 제대로 하려면 기본적으로 배 3척이 필요하다. 김을 담는 '김배', 김 영양제와 흔히 활성 처리제라고 불리는 약을 담는 '약배', 그리고 이동용 '선외기'. 3척을 구비하는 데만 일단 10~15억 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어디 그뿐인가?

 

간답대, 김발, 호롱말, 꽈배기 툭, 부자 툭 등 구입해야 할 김 양식 어구도 수두룩하다. 이것만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연간 6,000만 원 이상이 든다. 어구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비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배를 몰기 위해 해기사 자격증도 따야 하고, 유류비와 감가상각 비용까지 계산하면 매년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그다음 관문은 더 어렵다. 어촌계에 가입해야 하고(청년이면 청년회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한다), 어촌계의 승인을 받아 김 양식 '발자리'를 얻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김 양식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 작업을 하려면 최소 4명의 근로자가 있어야 한다. 월 인건비로만 '350만 원 × 4= 1,400만 원'이 매달 고정으로 나간다.

결국 적어도 20억 원 이상은 있어야 김 양식을 감히 생각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단순하게 숫자 계산만 해보아도 진입장벽이 얼마나 높은지 뼈저리게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를 넘어 이제는 김수저라는 말까지 나오나 보다.

 

제미나이_김수저 이미지.png

(제미나이 AI 사용한 이미지 파일)

 

연간 10억 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한다지만, 매년 풍작일 수는 없다. 바다는 한없이 베푸는 듯 보여도, 가져갈 때는 모질게 가져가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모두가 잘사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통장을 들여다보면 다들 빚더미 위에서 살고 있다고 어민들은 말한다. (내가 직접 통장을 보지 못해서 정확히는 모르겠다만)

 

'바다의 검은 반도체'라 불리는 김 수출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김 수출액 18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위해 공급 확대(신규 면허 확대), 기술 개발(고수온 견디는 품종 개량),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하고 있다.

*관련 링크 : https://www.suhyu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135

 

내가 생각했을 때 김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아래 2가지 전제조건이 필수적이다.

1. 김이 잘 자랄 수 있는 적정 수온

2. 세포 분열을 돕는 양질의 영양분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 김은 병들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갯병(황백화 현상)”이다. 영양분이 부족해 세포 분열을 하지 못하고, 결국 노랗게 시들어가는 현상이다. 마치 영양 공급을 받지 못해 노랗게 말라 죽는 나뭇잎처럼 말이다.

 

김은 본래 차가운 수온에서 자라는 겨울철 해조류다. 바다가 따뜻해지면 당연히 자랄 수 없다.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속에 사는 미생물의 종류가 다르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영양 성분 또한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 공언대로 고수온에 버티는 품종을 개량해서 높은 수온에도 김을 키워낸다면, 그걸 우리가 과연 예전과 같은 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애초에 기술적으로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마치 미래에 기술이 발전해서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100m2초 만에 달리는 존재를 인간이라 불러야 할지, 로봇이라 불러야 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맛이 좋고 영양가만 있다면 무조건 나쁘게 볼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결론

겉보기에 지죽도와 죽도는 '김 양식 호황'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부촌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화려한 이면에는 매년 바다에 쌓여가는 엄청난 양의 폐어구와 환경 오염, 수십억 원의 초기 자본이 필요한 '김수저'들만의 높은 진입장벽,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고수온과 갯병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풍요로움 건너편에 가려진 이 어두운 그늘과 지속 불가능한 위기들을 어민들과 함께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 지죽-죽도 마을에 '어촌신활력증진사업'과 앵커조직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