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신활력증진사업 취도금사항 어촌앵커조직
활동가 송마리아
시작은 바다를 향한 마음에서
‘바다 근처에서 살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이 내 삶을 이끌었다. 도시의 숨 가쁜 리듬을 벗어나 시골 라이프의 여유를 누리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취도–금사항 어촌앵커조직에 들어오게 되었고, 마을로 이주하게 되었다.
사진 출처 : 오취사도 로컬아카이빙북 시로만든질문과편지로(해변의카카카) 中
예상과는 조금 달랐던 삶의 밀도
나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고, 공동체에서도 어렵지 않게 스며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촌은 예상보다 훨씬 더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깊은 곳이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여기서 살아가려면 나를 증명해야겠구나.’ 그 생각은 곧, 이 마을 안에서 존재하기 위해 더 잘해야 한다는 나 스스로의 압박감으로 이어졌다. 누가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스스로 가진 한계보다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어느새 나를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몰아붙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신뢰받고 싶었고,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그 마음이 쌓이면서 정작 나 자신에게는 자연스러운 호흡을 허락하지 못했던 것 같다.
여유로운 시골라이프는 없었다.
사실, 처음 이곳에 올 때는 생각했다. ‘어촌에서의 삶은 도시보다 여유롭겠지.’ 자연이 가까우니, 마음도 덩달아 여유로워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막상 이곳에 와보니,그 여유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관계에서도, 일에서도 나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괜찮은 나’여야 한다는 기준을 들이대고 있었고, 그 무게 속에서 진짜 여유는 점점 멀어져 갔다.
결국, 사람 덕분이었다!
그렇게 1년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서야,조금씩 숨을 고를 수 있게 된 건 결국 ‘사람’ 덕분이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서로의 빈틈을 채워가며 함께 일해준 동료들 덕분에 이제야 비로소, 나는 이곳에서 조금의 여유를 느끼고 있다.
함께 걷는 누군가로서
나에게 그 사람이 되어준 건, 지금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었다. 앞으로 이 마을에 새로운 누군가가 찾아온다면,나는 그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사람이고 싶다. 그도 이곳에서 자신의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함께 걷는 누군가가 되어주고 싶다.
함께 있는 동료들 덕분에, 나는 이 작은 어촌 마을 안에서, 마을과 나 사이에 놓인 시간을 천천히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결국, 혼자 살 수 없으니까.
귀어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그냥 여유로운 시골라이프는 없다. 특히 외지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곳에서의 삶은 도시보다 느릴 뿐, 덜 치열하지는 않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느냐, 어떤 조직에 속해 있느냐는 이 지역에서 정착할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