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역자산화협동조합의 소통창구로서 발빠른 소식과 활동가 경험을 나눕니다.
활동가 이야기
2025.04.25 15:16

활동가의 언어

조회 수 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어촌신활력증진사업 지죽도-죽도 어촌앵커조직

활동가 전혜인

image.png

 

고흥에 온 지 어느덧 한 달째.
이렇게 빨리 적응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어느새 ‘고며들었다’.

한 달 동안 몇 번이나 울었는지는 세어보지 않았지만, 수시로 흐르는 눈물을 닦는 일이 꽤나 버거웠다.
적응을 잘하고 있음에도 왜 울었냐고 묻는다면, 이 따뜻한 고장의 사람들이 그 이유라고 말하고 싶다.

 

마을에 적응해가며 본부와도 소통하게 되었는데, 올해 활동가 에세이를 두 번 작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활동가라…… 내 정체성을 활동가로 규정지을 수 있을까?’
그 ‘활동가’라는 이름을 지우는 데만도 십여 년이 걸렸는데, 다시 활동가가 되어야 한다니!

함께 입사한 동기 팀장님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스스로를 활동가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게 고민이에요. ‘활동가’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 때문에요.”
그러자 동기 팀장님은 환한 얼굴로 이렇게 답하셨다.
“혜인 팀장님,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활동을 시작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나는 활동가라는 단어의 무게 때문에, 오히려 그 단어를 멀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 단어를 멀리한 건, 나의 첫 커리어 때문이었을 것이다.


2011년, 부산의 한 마을에서 마을만들기 활동가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혼자 ‘사랑방’이라는 공간에 덩그러니 떨어져
마을 주민들과 밥상 모임을 하고, 아이들과 영화를 만들고,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며,
마을의 온갖 잡다한 일들을 해냈다. 혼자서.
그 속에서 여러 의문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이 활동들이 정말 마을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재개발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 없을 텐데, 이분들의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점점 무거워지는 마음들이 나를 짓눌렀고, 결국 2년 후 나는 활동가의 삶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15년이 흐른 지금, 다시 활동가가 되었다.

 

그 시절의 미숙함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여전히 고민은 많다.

그러다 문득, 고흥에서 보낸 이 한 달의 시간이 나에게 뜻밖의 배움이 되어주었다.
내가 다시 ‘활동가’라는 이름을 받아들이고, 또 앞으로 어떤 언어로 사람들과 만나야 할지를 가르쳐준 시간이었다.

고흥의 사람들은 조용하고도 깊은 방식으로 다가와 마음을 건넨다.
처음 인상 깊었던 건 버스 기사님이었다.
버스 안에서 어르신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안부를 묻고,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건 단순한 친절이나 예의가 아니었다.
삶의 리듬 속에 스며든 따뜻함, 사람을 향한 따스한 관심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낯선 길에서 작은 접촉사고가 났다.
순간 당황스러움과 걱정이 밀려왔지만, 포크레인 기사님은 먼저 내 걱정을 덜어주는 말을 건네셨다.
“괜찮아요, 내딸도 운전을 하고 다녀. 딸같아서 마음이 더 쓰이네?”
그 다정한 한마디에 마음이 덜컥 무너지는 듯하면서도 다시 힘이 났다.
부산이었다면 큰소리부터 났을 텐데, 고흥에서는 마음부터 살펴주는 말이 먼저였다.

 

잊을 수 없는 건, 할머님들의 환대다.
어디를 가든, 손을 잡아주시고 웃어주셨다.
“아따 내딸 왔능가?”, “커피 한잔 먹고가?”, “키도 크고 너무 예쁜 거~”
이렇게 진심 어린 말들로 맞아주시는 따뜻한 손길.
내가 언제 이렇게 낯선 곳에서 환대를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나는 이곳 고흥에서, 비로소 활동가로서 내가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할지를 알게 되었다.
갈등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감정을 먼저 헤아리는 것.
용건부터 묻기보다는, 진심으로 안부를 묻는 것.
정해진 형식이나 사업의 언어가 아니라, 사람을 향한 말, 마음을 두드리는 언어로.

 

‘활동’보다 먼저 ‘사람’을 보고, ‘성과’보다 먼저 ‘마음’을 듣는 것.

그것이 고흥에서 내가 배운 활동가의 언어다.

?

  1. 효율적 업무 체계 구축을 위한 , 챗GPT 실전 활용 교육 후기

    지역자산화협동조합 활동가 안은성 1회차 수업: 챗GPT, 어렵지 않네? 2회에 걸친 챗GPT 교육은 지역자산화협동조합의 이사님이신 김철환 소장님(적정마케팅연구소)이 진행해주셨습니다. 3시간 동안 진행된 교육은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직접 써보고 바로 느끼는 실습형 수업이었어요. ChatGPT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람이 ...
    Date2025.04.28 Category활동가 이야기 By관리자 Views1
    Read More
  2. 활동가의 언어

    어촌신활력증진사업 지죽도-죽도 어촌앵커조직 활동가 전혜인 고흥에 온 지 어느덧 한 달째. 이렇게 빨리 적응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어느새 ‘고며들었다’. 한 달 동안 몇 번이나 울었는지는 세어보지 않았지만, 수시로 흐르는 눈물을 닦는 일이 꽤나 버거웠다. 적응을 잘하고 있음에도 왜 울었냐고 묻는다면, 이 따뜻...
    Date2025.04.25 Category활동가 이야기 By관리자 Views4
    Read More
  3. 천천히, 마을과 나 사이에 놓인 시간을 걷는 중입니다.

    어촌신활력증진사업 취도금사항 어촌앵커조직 활동가 송마리아 시작은 바다를 향한 마음에서 ‘바다 근처에서 살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이 내 삶을 이끌었다. 도시의 숨 가쁜 리듬을 벗어나 시골 라이프의 여유를 누리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취도–금사항 어촌앵커조직에 들어오게 되었고, 마을로 이주하게 되었다. 사진 출처...
    Date2025.04.24 Category활동가 이야기 By관리자 Views3
    Read More
  4. 2025년 정기총회 후기

    2025년 지역자산화협동조합 정기총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정기총회는 온라인으로 총회에 참석해주신 조합원분들도 계셔서 실시간으로 채팅창을 활용하여 총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정기총회 이모저모 이번 정기총회에서는 일터로서 과업을 수행하는 것뿐 아니라 삶의 터전으로 일구어갈 수 있는 방안과 비전을 나누기도 했...
    Date2025.04.01 By관리자 Views30
    Read More
  5. 지역자산화협동조합, 섬에 대한 고민을 더합니다.

    지역자산화협동조합, 섬에 대한 고민을 더합니다. 따뜻한 바람이 시작될 참입니다. 지역자산화협동조합은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서해와 남해의 섬들을 다녀왔습니다. 태안과 보령 그리고 군산의 서해 섬들, 여수 인근의 남해 섬들을 돌아봤습니다. 같은 듯 다른 바다의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들여...
    Date2025.02.27 Category활동가 이야기 By관리자 Views96
    Read More
  6. 고흥 지죽도-죽도항 앵커조직 채용 면접심사 결과

    어촌신활력증진사업 고흥군 지죽-죽도항 어촌앵커조직 2025년 직원채용 면접심사 결과 공지 연변 성명 확인(휴대폰 뒷번호) 결과 1 전O인 4248 합격 2 정O영 3830 합격 3 황O훈 3512 예비1 지죽-죽도항 어촌앵커조직 직원채용 면접심사 결과를 위와 같이 공고합니다. * 합격자 중 입사포기, (3개월 내) 중도퇴사 인원 발생시...
    Date2025.02.26 Category공지 By관리자 Views187
    Read More
  7. 2025년 지역자산화협동조합 정기총회 공고

    • 참석확인&위임장 작성 링크 : https://forms.gle/feyzfBSQPUGePBEB9
    Date2025.02.21 Category공지 By관리자 Views75
    Read More
  8. 25년 1차 지역자산화협동조합 이사회 후기

    2025년 2월 19일 지역자산화협동조합 25년 1차 이사회가 2월19일 있었습니다. 이사한 공간에서 첫 이사회에요! 작년엔 사무실 인근 회의실을 대관해서 했던 기억이 나네요~ 24년 사업 결과에 대한 평가와 25년 사업 계획에 대한 논의를 나누었습니다. 24년 고흥군 취도금사항 어촌신활력증진사업 사업지에 빈집을 무상임대해...
    Date2025.02.21 By관리자 Views39
    Read More
  9. 2025년 제1차 지역자산화협동조합 이사회 공고

    2025년 지역자산화협동조합 이사회를 개최합니다.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Date2025.02.03 By관리자 Views3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2 Nex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