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섬, 하화의 봄
지역자산화협동조합
대표 남철관
때 이른 6월 더위가 익숙해 질만도 하건만 여전히 스쳐 지나간 짧았던 봄이 그리워집니다.
여수의 하화도에서 만났던 봄꽃이 생각나 더 그런가 봅니다. 하화는 걸어서 두세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섬입니다.
하지만 이름모를 풀과 돌 틈에 숨어있듯 피어 있는 꽃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누군가에 의해 꽃이 섬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행안부의 섬특성화사업은 극심한 인구감소와 온난화와 수질오염 등 해양환경의 변화로 위기를 겪고 있는 섬의 내일을 꿈꾸는 사업입니다.
섬 마다 다른 농수산물과 경관 등 자원을 활용하여 새로운 볼거리, 먹을거리를 만들어 관광객이나 관계인구를 유입하고 소득을 높여 활력을 만드는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지역자산화협동조합은 작년에 태안의 가의도에서 첫사업을 시작했고 올해 여수의 하화도의 현장관리단을 맡게 되었습니다.
인구가 백여명도 안되는 작은 섬, 젊은 사람들은 진작에 떠나 어르신들이 남아 부추를 키우고 미역을 뜯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소박한 마을입니다.
첫 방문 때 섬의 가장 높은 언덕 위에서 들어본적 없는 새의 노래를 들으며 바라본 남해 바다가 너무 아름다워 탄성을 뱉어냈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두 번, 세 번째 입도를 하면서 소소한 것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을회관에서 섬에서 나는 나물과 생선으로 밥을 지어 정성껏 차려주신 부녀회 어머니들의 인자한 미소, 바다가 내다보이는 곳의 캠핑장에 즐거워하던 도시 아이들의 호기심 가든한 눈빛, 부추밭에서 홀로 땅을 갈고 잡초를 뽑던 할아버지의 진지한 표정, 그리고 발길 닫는 모든 곳의 작은 틈새에서 고개를 살짝 내밀고 있는 봄 꽃들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하화는 꽃의 섬입니다. 이 곳의 여름, 가을에는 또 어떤 이름모를 꽃이 낯선 여행객에게 맑디맑은 민낯을 보여줄까요.
꽃에 대해 너무도 과문하여 철쭉이나 동백같이 낯 익은 몇 가지를 빼고 포털의 이름 찾아주기 서비스의 힘을 빌려서 더듬더듬 찾아보았습니다.
AI도 확신이 안서는지 대부분 100%가 아닌 비율순으로 이름을 예측하여 알려줍니다.
같은 이름의 꽃도 색깔과 모양이 조금씩 다릅니다. 자연의 품의 작은 인간의 지식으로는 헤아릴 수 조차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부추, 고사리, 방풍, 취나무, 야생화, 돌미역, 문어, 쭈꾸미, 병어, 서대, 민어 등 셀 수 없이 많은 생명들과 함께 이 섬의 미래를 찾아나서야 합니다.
부추 등 원물 자체의 유통망을 개척하는 것일 수도 있고 새로운 수산가공식품을 개발해야 할 수 도 있습니다.
야생화 차나 마른 미역도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배를 타고 들어와 트레킹, 낚시, 캠핑을 하고 특산품을 구입하는 관광객 유입이 해답일 수 도 있습니다.
어떤 방향이 되든 주민들의 뜻에 충실하고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작은 꽃 한 송이에게도 지혜를 구하는 낮아지는 마음이 우선입니다.
하화를 좋아하면서 열심히 해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저희만 보기는 아까우니 여러분도 꽃 보러 오세요. 맞다.
내려놓고 싶은 가슴속 근심 하나 정도는 가지고 오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