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지역 특성화사업
충남 태안군 가의도
― 가의도 5차 선진지 견학―
바람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며 시작된 하루..
가의도 주민 14명과 함께 다섯 번째 선진지 견학길에 올랐어요.
전날 밤까지 풍랑주의보로 모든 여객선이 결항되어, 아침에 배가 뜰 수 있을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었죠.
모두가 “혹시 오늘 못 가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모였지만,
다행히 하늘이 열리고 바람이 잦아들어 무사히 출항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일정은 마늘 농업의 현황과 유통 구조를 이해하고,
육쪽마늘 종자의 미래 방향을 탐색하기 위한 1박 2일 여정이었습니다.
이 여정은, 단순한 견학이 아니라
‘우리 마을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를 스스로 묻는 과정이었답니다.



🧄 서산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에서 배운 지역의 힘
첫 방문지는 서산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
마을 어르신들과 청년이 힘을 합쳐 협동조합을 세우고,
로컬푸드센터·농가레스토랑·체험시설을 직접 운영하며 지역 경제를 일궈온 곳입니다.
“처음엔 다들 안 될 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죠.”
한기웅 상임고문은 담담히 말했어요.
그리고 농업과 디자인을 접목한 ‘6차 산업 디자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 하셨습니다.
“농업에도 감성이 필요합니다. 기술만으로는 오래가지 않아요. 농업이 예술을 만나야 지속이 됩니다.”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은 ‘달래’를 지역 특산물로 키우고,
식당 수익을 가공공장과 체험사업으로 연결하며 자생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꾸준히 매출을 올려주는 게 제조의 생명입니다.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홍보와 체험이 지역의 숨을 불어넣죠.
그 이야기를 듣는 내내, 우리 가의도 또한 언젠가 ‘마을 브랜드’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일렁였어요.



🌾 부석농협 마늘가공공장에서 본 유통의 현실
두 번째 방문지는 부석농협 마늘가공공장.
이곳에서 우리는 충남 지역 마늘 산업의 흐름을 직접 확인했답니다.
농협 관계자는 수매 정책과 가공품 유통 과정,
그리고 농가의 수익구조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어요.
마늘은 단순히 팔아서 끝나는 농산물이 아닙니다.
가공·유통 단계에서 지역의 이익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가 핵심이죠.
섬에서 마늘을 재배하는 우리에게 이 말은 큰 울림이 되었어요.
‘생산 이후의 길’을 상상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가의도의 마늘도 이제는 단순한 ‘농작물’이 아니라,
가공과 체험, 브랜드로 이어지는 로컬비즈니스의 씨앗이 되어야 할 때입니다.


🧬 충남농업기술원 양념채소연구소에서 본 육쪽마늘의 미래
둘째 날 아침, 서산의 맑은 하늘 아래서 충남농업기술원 양념채소연구소로 향했습니다.
이중원 육종팀장은 우리나라 마늘 품종 연구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계신 분이었죠.
그는 연구소의 임무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저희는 마늘과 생강의 신품종을 육성하고, 안정적인 재배 기법을 개선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안정 생산 체계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이중원 팀장은 특히 ‘우량종구(良種球)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마늘의 생장점은 몸체보다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이 거의 없다고 해요.
그래서 연구소에서는 현미경으로 하나하나 조직배양을 통해 건강한 종구를 길러내고 있었습니다.
일찍 심으면 벌레가 문제고, 늦게 심으면 수확이 줄어요.
결국 ‘적기 파종’과 ‘우량종자 보급’이 생산성의 핵심입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가의도의 마늘을 떠올렸어요.
섬의 재래종 마늘은 작은 편이지만 향이 진하고 저장성이 좋아요.
그 특성을 살려 ‘섬 고유 종자 보존 + 품종개량’을 병행한다면,
가의도의 마늘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을 담은 브랜드 작물’이 될 수 있겠지요.

🌱 우리가 배운 것, 그리고 가의도가 가야 할 길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주민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우린 결국, 우리 손으로 해야 하네.”
“섬이라 힘든 게 아니라, 섬이라 가능한 게 있죠.”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운산하우스의 사례에서 우리는 ‘꾸준함과 협동의 힘’을 배웠고,
충남농업기술원에서는 ‘기술과 품질 관리의 중요성'을 확인했습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질 때, 가의도 마늘은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을 거예요.
마을 주민이 주체가 되어 종자 보존, 소규모 가공, 체험 관광, 그리고 SNS 홍보까지
단계별로 실행한다면, 섬 안에서 순환하는 마을경제의 씨앗이 만들어질 거예요.
‘우리 손으로 지역의 미래를 설계한다’는 의지를 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역자산화협동조합은 앞으로도
가의도 주민들과 함께 로컬 비즈니스의 방향을 연구하고,
작은 성공사례들을 하나씩 쌓아가려 합니다.
“섬이니까 안 된다”가 아니라,
“섬이니까 다르게 해보자”는 마음으로요.
가의도의 마늘, 이제는 마을의 브랜드로 자라날 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