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자산화협동조합
Community Assets Cooperatives
로컬비지니스 팀장
정진주
지역자산화활동조합에서의 활동이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가의도와 하화도를 오가며 보낸 날들로 많은 장면이 쌓여있기에 강렬하면서도 체감은 사실 오래된 것만 같지만.
나는 원래 로컬이라는 단어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제주에서 7년을 살며 지역 편집숍에서 일했고, 경주에서 2년을 살며 로컬브랜드를 만들고, 마을과 사람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기획해왔다. 하지만 지역자산화협동조합에 입사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해오던 일들이 ‘개인의 감각’이 아니라 ‘지역의 자산을 구조화하는 일’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수업에 엄청나게 열중하시는 가의도 주민분들
가의도 주민분들을 직접 만나 가장 먼저 들은 이야기는 마늘 이야기였다. 육쪽마늘. “여섯 쪽이라 귀한 거야.” “맛이 진해.” 그 말투에는 자부심과 걱정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잘 키워온 작물이지만, 이걸 어떻게 계속 이어갈지는 늘 고민이라는 표정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마늘’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밭의 흙 냄새와 어르신의 손을 함께 떠올리게 되었다.

최근에는 처음으로 하화도에 다녀왔다. 꽃섬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와 밭,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는 부추밭을 오래 바라봤다. 생각보다 넓지 않았고, 생각보다 소박했다. 그런데 어르신들은 그 부추를 “우리 섬에서 제일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풍 맞고 자라서 달라.” 그 말은 설명 같기도 하고 주문 같기도 했다.

12월에 살아남은(?) 부추꽃 하나
마을회관에 앉아 부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시간 감각이 조금씩 흐려졌다. 언제부터 부추를 심었는지, 왜 봄에만 두 번 수확하는지, 날이 더워지면 왜 택배를 안 보내는지. 그 모든 선택에는 이유가 있었다. 효율보다 품질을 택해온 시간들. 그걸 단순히 ‘생산성 낮음’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걸, 현장에서 다시 배웠다.
회사로 돌아오면 그 이야기들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이 시작된다. 그 안에는 섬의 계절과 사람의 리듬이 들어가야 했다. 너무 앞서가면 안 되고, 그렇다고 머뭇거릴 수도 없는 지점. 나는 그 사이에서 계속 고민했다. “이건 우리가 만들고 싶은 기획일까, 아니면 이 섬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일까?”
이 일을 하면서 계속 잊지않으려고 하는 건, 로컬에서는 “대단한 한 방”보다 “작은 반복”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한 번의 성공적인 행사보다, 매년 무리 없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 그래서 늘 ‘지금 이 인력으로 가능한가’, ‘어르신들이 부담스럽지 않은가’를 먼저 묻게 된다.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질문을 건너뛰면 결국 누군가의 삶이 힘들어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곳에서의 일은 섬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섬이 가진 것을 오래 유지할 방법을 찾는 일이라는 걸. 숫자와 계획서 뒤에는 늘 얼굴이 있고, 그 얼굴을 잊지 않는 것이 이 조직이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라는 것도.



내 머리엔 온통 부추와 마늘뿐..
아직 나는 많이 배우는 중이다. 가의도의 마늘밭, 하화도의 부추밭, 그리고 마을회관의 긴 테이블 앞에서.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일을 5년 뒤에도 하고 있을까?” 그러면 이상하게도 대답은 늘 같다.
“확실히.”
나는 오늘도 섬의 이야기를 문장으로 옮긴다. 조금 느리지만, 분명하게. 누군가의 삶을 건너뛰지 않기 위해서.

가의도 주민들과 함께한 태안에서 찍은 일몰




